■ 잿빛 콘크리트 건물 우두커니…방치된 '유령 아파트'
서해안 대표 해수욕장인 대천 해수욕장에 가다 보면 논 사이에 우뚝 솟은 잿빛 건물이 보입니다.
그대로 드러난 콘크리트 속살에 군데군데 삐져나온 녹슨 철근, 입구를 틀어막은 무성한 잡초는 이 건물이 '아파트'였다는 사실조차 잊게 합니다.
이 건물은 30년 가까이 방치된 보령의 '소라 아파트'로, 오랜 세월 마을의 흉물로 전락한 데다 오싹한 겉모습에 주민들에게조차 '유령 아파트'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.
1994년만 해도 이 아파트는 주변에서 볼 수 없던 15층짜리 최신식 아파트를 꿈꿨습니다.
민간 건설사가 첫 삽을 떴지만, 자금난을 겪게 됐고, 바뀐 시공업체 역시 IMF 외환위기에 부도가 나면서 건물 14동이 13층까지만 지어진 채 공사가 중단됐습니다.
이후에도 '새 주인을 만났다', '공사가 재개된다'는 등의 소문은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않았고, 사업자 간 소송이 반복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.
인근 주민들은 이 아파트가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, 보령시는 민간업체 소유물을 맘대로 다시 짓거나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.
만약 철거하더라도 100억 원 넘는 비용이 예상돼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.
이런 방치 건축물을 정비할 수 있는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, 집행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. 전국에 이처럼 방치된 '유령 아파트'는 280여 곳에 이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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